-
MBTI I는 사람을 싫어하나? (부제 : 인프제가 뚝딱거리는 이유)인프제 일기 2023. 1. 19. 04:35반응형
MBTI와 관련해서 자료를 찾다 보면 I유형이 마치 사람을 싫어하는 유형처럼 묘사돼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혼자 있는 것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고 사람 많은 것 싫어하는 유형. 집순이, 집돌이를 넘어서 방순이, 방돌이일 것 같은. 사교성 없고 버벅거려서 사회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I유형들에게 부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오죽하면 입사 지원서에 MBTI를 기입하라는 회사, 특정 MBTI(주로 I유형, 그 중에서도 INXX 유형이 대다수인 듯)는 지원도 하지 말라는 회사까지 등장할까.
인프제인 나 역시 가끔 헷갈릴 때가 있었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나? 사회적 약자나 세상 돌아가는 일 자체에는 관심이 많아서 나름 인류애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뭔가 '사람'은 버거워한다는 느낌을 스스로에게 받을 때가 꽤 많다. 그렇다고 내가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없냐면, 그건 또 아니다. 근데 뭔가 '인간'에게 환멸은 자주 느끼고...도대체 난 뭐냐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 거다.
내가 사람을 버거워하는 조건이 몇 가지가 있다.
1) 낯선 사람과 있어야 할 때
2)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과 있어야 할 때
3) 많은 사람들과 있어야 할 때
4) 시끄럽거나 지나치게 개방돼 있다는 느낌(가려지는 게 없이 노출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의 장소에서 사람을 만날 때
네 가지의 조건을 써놓고 보니 보이는 게 있다. 나에게는 이 모든 조건이 "버거운 자극"에 속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저게 그렇게 자극적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I유형은 E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극을 '잘' 받는다. 작고 일상적인 자극도 I유형에게는 강렬한 자극으로 느껴질 수 있다. 남들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일상의 장면들이 I유형에게는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록된다. 삶의 세세한 단위들을 자잘자잘하게 다 느끼는 것이다. 정말로 그 자극이 '큰' 자극이 아니라도, I유형에게는 그 자극이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그래 이거 없으면 나가질 못한다니까... 특히 나처럼 인프제인 분들, 즉 se(외향감각)이 열등기능인 분들은 일상의 자극에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나는 이어폰 없이는 절대 외출을 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는데 배터리가 떨어져 음악을 듣지 못하는(그래서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까봐 완충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두 개씩 들고 다닌다. 낯선 사람이 많은 환경(예를 들면 지하철 안)에서는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아예 등을 돌리고 벽과 마주해 앉아 있을 때도 많다. 이 모든 건 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자극을 어떻게든 차단하려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사람이나 상황에 익숙해지면, 전과는 다른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I유형은 사람을 싫어하는 유형이 절대 아니다. 인프제인 내가 보장함.
(니가 뭔데)단지,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E유형에 비해 적은 사람들일 뿐이다. 일대일이나 소수의 내 사람들과 만나는 건 환영이다. 만나거나 소통하는 텀이 좀 있으면 더 좋다. I유형들은 E유형들처럼 가진 에너지를 여러 군데 분산해서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한 두 군데에만 집중해서 몰빵하는 게 자연스러운 스타일이다. 때문에 여러 사람을 두루두루 사귀기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깊은 인연을 맺는 것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타고난 기질이 그러니까.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것도 I유형에는 좀 피곤하고 힘든 일일 수 있다. (당신들이 피곤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I의기질이 그렇다는 말임. 상처받지 말아요 ㅠ) 그만큼 집중해서 상대해야 하는 빈도가 많아진다는 의미니까. 특히 사람을 대충 대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어 하는 성격일수록(fe 기능을 많이 쓸수록 약간 이런 성향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연락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이 높아지고, 자주 오는 연락을 부담스러워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다.그렇다면 I유형은 연락을 비롯한 모든 자극을 불편해하는가? 아무 자극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극에는 물리적인 자극도 있지만, 정신적인 자극도 있다. E유형에 비해 I유형들은 내면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좁고 깊게 쓰는 기질로 말미암아 물리적 자극보다는 정신적 자극을 더 필요로하고 반가워할 가능성이 크다. 문학, 철학, 역사, 종교 이런 이야기에 심취해 있는 I유형들(특히 IN~들)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정신적인 자극들은 I유형을 신나게 하는, 집중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반면 물리적 자극은 그게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I유형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인프제인 나 같은 경우에는 열등인 se 때문인지 낯선 상황에 처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예측할 수 없었던, 그래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준비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은 정말...짜증난다. ㅋㅋㅋ 그리고 매우 당혹스럽다.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은 나에게 곧잘 자극적인 상황, 당혹스러운 상황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준비를 해두려고 한다. (이러다 부정편향적인 생각이 강해져서 하려던 일도 접어버리는 경우 많음. -0-;;) 열등 se를 계획과 예측, 즉 J로 보완하려는 모습이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예1) 수강신청할 때 시간표를 3가지 버전으로 준비함. 1안, 2안도 나에게는 부족하다!
예2) 여행 계획 잘 때 소요 시간+경로+변수+각종 비용 다 계산해서 표로 만듦. 이동 중 뜨는 시간은 얼마나 될지, 그 시간에는 뭘 할 수 있을지도 계획에 넣음. (벌써 기가 질리는 사람도 있을 듯;) + 계획표를 시간 날 때마다 달달 읽음. + 변동사항 생길 수 있으니 여행 전날까지 관련 자료 서치함.
이러다 보니 그게 엄청 작은 부분이라고 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황하면서 뚝딱거리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망할 열등 se. ㅋㅋㅋ 그냥 좀 마주하고 겪어내고 체험하고, 그런 게 나한테는 아직도 너무 어렵다. '낯선 사람'도 일종의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하네. 자극이자 변수인 낯선 상황, 낯선 사람은 인프제인 나를 여지없이 뚝딱이로 만든다. 몇 마디 하지도 않는데 얼굴이 뻘개진다든지 평소보다 말을 버벅거린다든지...근데 또 이런 상황에서 쓰잘데기없이 2차 기능 fe가 발동될 때가 있다. 불편해하는 나를 보고 상대방 마음이 불편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있는 것이다. (뭔 지랄인지 ㅋㅋㅋ) 그래서 내가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그런 거 잘 못함. ;; 못하는데 상대방 생각해서 하려고 하다가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제대로 못한 의사표현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거기에 당황해서 더 뚝딱거리게 되고...아...뭐 이런 식이다. ^^;;
결론 : I유형은 결코 사람을 싫어하는 유형이 아니다. (사람이 어려울 순 있어도 사람이 싫지는 않음.)
낯선 사람, 낯선 상황 앞에서 사교성이 발휘되기가 어려운 유형일 뿐임.
자극에 민감해서 그렇지 당신들이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님.
인프제의 뚝딱거림은 열등 se에서 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봄.
'인프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제주도 여행 2_제주레일바이크, 제주해양박물관, 베니스랜드, 말고기와 치킨 (1) 2023.04.26 4월 제주도 여행 1_성산일출봉, 흑돼지, 고등어조림, 갈치구이,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 (2) 2023.04.25 infp는 정말로 씹프피인가? _infj가 겪은 infp (0) 2023.04.03 인프제의 머리 속을 정리해주는 se(외향감각)의 힘 (0) 2023.03.22 infj가 겪은 intp 친구들_인프제가 본 인팁 특징 (3) 202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