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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fp는 정말로 씹프피인가? _infj가 겪은 infp
    인프제 일기 2023. 4. 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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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ㅋㅋㅋㅋ 나름대로 강렬하군. 

    나에겐 두 명의 infp 친구가 있다. 한 명하고는 아직도 정말 친하게 잘 지내고 있고, 다른 한 명하고는 연이 끊긴 상태다. 두 사람은 같은 infp지만 정말 다른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infp였다. infp를 검색하다보면 '씹프피'라는 단어와 함께 안 좋은 특징들이 줄줄 나열된 글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음...물론 그런 특징을 보여준 infp 친구가 내게도 있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이나 마음 고생을 했고 인연을 정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infp만 내 곁에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인간적으로 정말 좋은 점이 많은, 사랑스러운 infp 친구가 지금도 내 곁에 있기 때문에,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내가 겪은 infp에 관해 말해보려고 한다. 

     

    1.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하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행동, 자신에게 쓰는 말을 굉장히 오래 곱씹고 다각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을 향하는 타인의 언행과 자기가 스스로에게 갖고 있는 자기상을 비교해보면서 자기 성찰을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함. 타인이 보여주는 언행 자체가 성찰의 시작점이 되는 느낌. 그래서 때로는 타인의 언행에 의해 자주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자주'이기도 하지만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하는 듯.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섬세한 성향 때문에 충분히 섬세하지 못한 언행에 잘 베이곤 한다. 그래서 보는 입장에서는 안쓰러울 때가 많다. 

    친한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에 자신도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친구가 좋아하는 분야를 천천히 공부해보기도 하고, 친구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직접 보기도 하고, 친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어느 날 "나 니가 말한 이 가수 노래 들어봤어!"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들이 관심 갖고 있는 것들에 관해 자기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내 친구는 어떤 점 때문에 이걸 좋아하는 걸까? > 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같기도?)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서 infp의 빛깔이 바뀌고 다채로워지는 듯. 

    2. 항상 바쁘다. 

    infp의 마음 속에는 들러야 하는 수많은 방들이 있다. 어떤 방문은 늘 마음이 쓰이지만 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방문은 수시로 열어보며 쓸고 닦는다. 마음껏 어지르기도 한다. 어지른 것들을 주워담지 못해 넘치는 일이 생기기도 할 테고.

    느긋해보이고 때로는 멍해보이기까지 하는 겉모습과 달리, infp는 늘 바쁘다. 사람에 따라 "그게 '일'이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infp는 늘 바쁘다. 예를 들면 이런 일들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한 말들에 관해 생각 중 : 그 사람은 그때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왜 하필이면 다른 표현이 아니라 '그런' 표현을 썼을까?

    -가까운 사람들이 관심 갖고 있는 콘텐츠에 관해 생각 중 : 친구가 말한 드라마의 이런 점은 좋았지만, 이런 점은 윤리적으로 공감이 안 되네. 

    -자신이 접한 콘텐츠에 관한 생각 중 : 읽은 책의 어떤 구절 때문에 과거의 일들이 물밀듯이 밀려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하면 실수없이 잘 처리할 수 있는지 생각 중 : 관습적인 일(문서 작성, 상사 대하기, 암묵적 룰 지키기 등)에 있어 실수가 잦은 편이기 때문에 긴장도가 상당히 높다. 

    -내가 한 말이나 보인 행동 중에서 상대방을 상처줄 만한 것은 없었는지 생각 중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지 생각 중 : 갑자기 깜짝 선물을 한다거나, 지나가듯 말했던 사항에 관해 챙겨주거나 

    -그러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에 마음이 깊이 흔들리고 어떤 상상력들이 피어오르는 중

    -이 많은 것들에 관한 또 다른 생각들이 파바박 떠오르는 중 : 이런 게 왜 떠올랐는지 마음 속을 역추적하는 중 

    대부분은 자신 + 주변 사람들에 관한 생각으로 계속 내적 에너지를 쓰는 중이라서 바쁜 것 같다. 그래서 행동 반경이 크지 않아도 집에 가면 뻗어버리는 듯. 

    3.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것들을 잘 연결시킨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이 말 들으니까 이게 생각나네?!" 하고 던지고 다시 본래 얘기로 돌아왔다가 다시 "근데 또 이게 떠오르네?" 하는 식. ㅋㅋㅋㅋ 그래서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정신을 잘 차리고(!) 원래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기억을 잘 해야 한다. ㅋㅋㅋ 내 infp 친구는 "무슨 이야기 했었더라?" 하고 나한테 묻는 경우가 정말 많다. ㅋㅋㅋ 

    이런 게 적응이 안 되면 '정신없다',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되기 쉽겠지만, 자세히 잘 들어보면 정말 기발하고 통찰력 있는 생각을 던질 때가 많다. 재밌는 아이디어도 많고. 워낙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튀어오르기 때문에 infp 본인도 자기가 그걸 왜 생각하게 됐는지 잘 설명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겉으로 보기엔 연관 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의 독특한 인과성을 발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독특한'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차원의 인과성하고는 거리가 좀 있다.) 평소에는 이 능력을 의식적으로 사용하진 않는 것 같은데, 새로운 걸 기획하거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을 할 때는 좀 의식적으로 꺼내는 것 같다. 나는 이럴 때 infp가 가진 ne(외향직관)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걸 느낀다. ㅋㅋㅋ 창의적인 일, 자신을 이해해주는 분위기에서는 이 ne적 능력이 정말 폭발적으로 발휘된다. 근데 정말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infp 분들은 꼭 자기 생각을 시각화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글쓰기, 마인드 맵, AI 활용해서 시각화, 그림 그리기 등.)

    4. 말을 정말 섬세하게 한다. 

    말을 뱉는 내 욕구보다 들을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서 말을 한다. 물론 불건강한 상태의 infp는 자기 말만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일반적인, 전형적인 infp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몇 년 동안 씹프피 겪어봤다 건강한, 혹은 보통 상태의 infp는 표현 하나 하나, 뉘앙스 하나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이야기를 전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상대가 오해하거나 상처 받을 것 같으면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고 정정하기도 한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칭찬과 지지와 위로를 아끼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5. 마음과 행동의 동기화율이 높다. 

    이건 사회생활에 좀 불리한 특징이다. 마음을 숨기고 진의와 행동을 분리해내고, 손익계산에 맞는 행동을 출력해낼 수 있는 능력을 사회생활 스킬이라고 한다면...infp는 이런 게 약간 부족한 편이긴 하다. 마음과 행동의 동기화율이 높기 때문이다. 마음이 행동에 그대로 묻어날 가능성이 크다. 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엿을 먹이려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infp는 불만이 있어도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자책을 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놈의 마음-행동 동기화율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 관해서는 나도 모르게 행동이 나와버릴 수 있다. 예) 가치관이 안 맞아서 존경할 수 없는 상사가 시킨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상사의 이름을 빼먹는다거나...

    물론 후천적으로 기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마음과 행동의 동기화율이 높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고생을 해야 겨우 길러질 가능성이 크다(...) 

    6. 수줍음이 많지만 관심 받는 걸 은근히 즐긴다. 

    infp가 흔히 "조용한 관종"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이것인 듯. 수줍음도 많고 낯가림이 있는 것도 많다. 이럴 때 infp가 뚝딱거리는 걸 보고 있...는 입장은 아님. 인프제인 나도 낯 가리는 중. ㅋㅋㅋ 암튼, 분명히 수줍어하고 낯을 가리기도 하는데, 묘하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그걸 더 많이 바라는 것 같다. 무대 위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겠어! 이런 거라기보다는 밥은 먹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안 좋은 일은 해결됐는지 등을 물어봐주고 함께 이야기해주는 그런 류의 관심인 듯. 뭐 물론 가끔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겠어!류의 마음도 보여줄 때가 있다. ㅋㅋ 하지만 infp는 그럴 때도 '너도 주목 받고 나도 주목 받자' 식의 마음을 비춘다. (+ 수줍음이 꼭 관심 받고 싶어하는 마음과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음. 수줍은 건 수줍은 거고, 주목 받고 싶은 건 주목 받고 싶은 거다.)

    7. 상대방의 장점을 잘 발견한다. 

    infp가 여러 가지 사회적 스킬을 잘 연마하고 나면 인프피식 리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infp는 상대방의 장점을 잘 발견하는 사람 같다. 사소한 대화 중에서도 상대방의 생각에서 좋은 부분이 발견되면 바로 집어서 칭찬해주기도 한다. 방금 그 생각 기발했다, 의미 있는 생각이다, 나중에 이렇게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식으로. 하다못해 오늘 옷이 잘 어울린다, 나중에 이런 아이템을 매치해도 좋겠다는 식으로 어드바이스를 주기도 한다. ㅋㅋ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 특징 이런 걸 정말 잘 발견한다. 그리고 그게 infp에게는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좋은 것을 잘 발견하는 눈을 장착하고 태어난 느낌. 그래서 도움 받는 것도 많다. infp 역시도 매력적이고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늘 느끼면서 살았으면. 

    8. 인류애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사회의 일원, 지역의 일원,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세계의 일원이라는 감각을 갖고 있다. 거짓말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을 거고, 너무 환상에 가까운 개념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감각이 정말 '현실'이고, 더 바르고 단단한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동기로 연결되는 감각이다. (infj의 ni-fe적 면이 이런 걸까?) infp 친구에게서는 그런 류의 인류애보다는, 주변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주변인들의 행복을 기원하고 그들이 편안할 수 있게, 최대한 상처를 덜 받게, 고무될 수 있게 돕고 싶어하는 마음이 여기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infp는 '씹프피'이기'만' 하지 않다. 심리적으로 불건강한 상태일 때는 그래 뭐, 씹프피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MBTI 모든 유형이 그렇듯, infp에게도 다양한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비롯해서 내가 지금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인지 불건강한 상태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다. 안 좋은 상태에 놓여 있다면 그 상태를 벗어나 나를 비롯한 주변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음의 건강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이렇게 어떤 종류의 '앎'이 필요하다. 내게는 그 '앎'의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MBT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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