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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P와 J의 차이_수용과 반응 vs 결정과 행동MBTI 이야기들 2023. 6. 29. 07:16반응형
MBTI에는 서로 반대되는 지표들이 있어 사람들 간의 논쟁을 불러오는 듯하다. T와 F, S와 N처럼 특성이 극명히 다른 두 지표 간의 특성을 살피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소 이분법적으로 표시되는 지표 이론 때문일까? 이분법적 유형론에 갇혀 자신에 대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데 방해를 받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MBTI는 이분법을 토대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일상 속 우리들은 언제나 '스펙트럼' 위에서 말하고 움직이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T에게도 F가 어느 정도 있고 F도 T를 조금은 갖고 있다. 100% S이기만 한 사람이나 100% N이기만 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양쪽의 에너지 모두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경향성과 선호도는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행동 양식, 사고 패턴, 감정의 지형, 가치관 및 세계관이 저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MBTI의 특정 요소들, 예를 들어 겉으로 드러나는 네 개의 알파벳의 아주 단편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내용들이 나를, 내 주변 사람들을, 세계를 섣불리 판단하는 데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섣부른 단식판단을 지양하면서도 MBTI라는 틀이 가진 장점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더더욱 8기능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서두는 이쯤 해두고. ㅋㅋ
이번 글에서는 MBTI P와 J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P유형
P유형의 사람들은 MBTI 8기능론으로 봤을 때 인식기능인 S(감각)와 N(직관)을 외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MBTI에서는 S와 N이 세상을 인식하는 인식기능이 된다. S유형들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정보를 취득한다. N유형들은 오감보다는 직관력을 발휘해 오감을 넘어선 세계를 경험하고 정보를 쌓는다. Si(내향감각)나 Ni(내향직관)를 사용하는 이들은 얻은 정보들을 내면에 축적하고, 축적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토와 성찰을 진행한다.
반면 S와 N을 외부를 향해 사용하는 Se(외향감각), Ne(외향직관) 유저들은 밖으로 나가 활동하며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와 만난다. 이들은 S적, N적 인식 내용을 외부로 표현한다. Se 유형들은 오감을 사용해 세계를 경험하며 Ne 유형들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런 식으로 S와 N을 외부로 사용하는 유형들은 MBTI 끝 글자가 P가 된다. 즉 Se(외향감각)와 Ne(외향직관)를 주기능(1차기능), 부기능(2차기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MBTI P유형이 된다는 말이다.
P유형들은 인식기능을 외부세계를 향해 사용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황을, 정보를,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인식'은 정보를 흡수하고 변화를 느끼는 기능이다. P유형들은 외부세계를 향해 인식기능을 사용하며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때로는 다양한 정보들 사이를 자기만의 감각과 논리로 잇기도 한다.
'인식'에 뒤따르는 것은 '반응'이다. P유형들은 인식기능을 외부를 향해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미리 정해두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상황이 변할 텐데", "그때 가면 마음이 또 바뀔 텐데", "더 중요한 게 생길 수도 있는데",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잖아" > 그 '때'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상황의 변화를 주시하며 각종 정보를 수용하고 느끼는 것을 더 선호할 수 있다.
P유형들은 그렇기 때문에 늘 변화에 열려 있을 수 있게 된다. (열려 있으려 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P유형 특유의 임기응변력이 나온다. 변화 자체를 '통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가 억지스럽지 않고 발빠른 경우가 많다. 또한 상황의 변화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아이디어 사이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P유형들에게 갑갑하게 느껴지는 것은 '뭐가 닥칠지도 모르는데 미리 무언가를 픽스시켜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 P와 J 비교 콘텐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여행 계획 스타일 차이'를 예로 들 수 있겠다. P유형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일단 대략적으로 뭐 하고 싶은지만 정하고 너무 빡빡하게 다 짜놓지는 말자. 그때 가서 마음 바뀔 수도 있고 날씨가 바뀔 수도 있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가자."
*J유형
J유형들은 MBTI 8기능으로 봤을 때 판단기능인 T(사고)와 F(감정)를 외부를 향해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MBTI에서 T와 F는 '판단기능'이다. 옳고 그름, 좋고 싫음 등의 각종 논리적, 윤리적 판단을 하는 기능이 바로 T와 F다. T유형들은 이성적 논리와 물리적 이익을 중심으로, F유형들은 감정의 논리와 (감정적, 윤리적) 선호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판단기능을 내부를 향해 사용하는 Ti(내향사고) 유저와 Fi(내향감정) 유저들의 경우, 자신이 내린 판단의 내용을 자기 안에 간직하게 된다. 즉, Se와 Ne를 통해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자기 안의 논리와 판단을 세우게 되는 것이 Ti, Fi 유저들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사고와 감정이라는 판단기능을 외부세계를 향해 사용하는 Te(외향사고), Fe(외향감정) 유저들은 '판단의 결과값'을 외부를 향해 출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인식기능 S와 N을 내부로 사용하기 때문에 나와 세계에 대한 인식을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렇게 자기 안에 쌓은 인식 데이터들을 가지고 T 또는 F 기능을 활용해 '판단' 또는 '결정'을 내린다. 이렇게 T와 F를 외부를 향해 쓰는 Te, Fe 유저들이 MBTI J유형이 된다.
'판단'이나 '결정'에 뒤따르는 것은 '행동'이다. 때문에 J유형들은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해 늘 내적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고, 그 검토가 끝나면 반드시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린 후 행동에 착수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어떤 일을 성취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모든 J가 과제 수행률, 목표 달성율이 높은 것은 아님. 상황에 따라 성취도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J유형들은 인식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하고 결정한 다음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로 어떤 사안에 관해 '미리 결정'해서 '정리'하거나 '분류'하기를 원한다. 안 그러면 우선 순위가 정해지지 않아 혼란스럽고, 그런 상황에서는 적절한 행동에 착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약속을 잡을 때도 미리 일정을 픽스시켜놓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J유형들은 각종 계획을 짤 때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일단 우선순위를 정하고 날짜도 픽스해놓자. 그렇게 해야 일정이 정리가 되고 누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가 명확해지니까. '변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보자."
P유형들은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확실히 '유연한 사람'으로 느껴지기 쉽다. 인식기능 S(감각)와 N(직관)을 외부로 쓰는 탓에 상황이나 관계의 변화에 늘 열려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P유형들의 내면은 생각보다 단단할 수 있다. 외부의 이벤트가 지나간 후 이들의 내면에는 Fi(내향감정)와 Ti(내향사고)로 내린 뚜렷한 판단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옳다고 생각해', '역시 이게 훨씬 효율적이었어', '나는 이걸 좋아하니까 앞으로 이렇게 하겠어', '이건 이러이러한 면에서 나에게 유리하지 않았어'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P유형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단호한 판단들이 내면에 가득할 수 있다. P유형의 내면은 보기보다 땐땐한 판단들을 중심으로 정돈되어 있을지 모른다.
J유형들은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단호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판단기능 T(사고)와 F(감정)를 외부로 쓰는 탓에 명확히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J유형들의 내면은 단단하고 딱딱하기보다는 새로운 인식들로 복잡다단하며 다채로울 수 있다. 외부의 이벤트를 겪어낸 후 J들의 마음에는 Si(내향감각)와 Ni(내향직관)로 인식하게 된 새로운 앎들이 복작복작하게 내면을 채우게 된다. '아, 이제 그 사람 마음을 알겠다', '아, 그랬던 거구나',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구나', '앞으로는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류의 새로운 인식들이 J유형의 내면에서 헤엄치고 있을지도? J유형들의 내면은 보기보다 말랑하고도 다층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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