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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tj, infj가 4차 se(외향감각)의 격렬함에 관해 이야기한 썰
    인프제 일기 2023. 6. 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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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estj 친구와 infj의 열등기능인 4차 se에 관해 이야기한 썰을 풀어보겠음. ㅋㅋ 나의 유일한 estj(주변이 온통 i밭입니다. ㅋㅋㅋ) 친구는 mbti 공부를 무척 열심히 했고 mbti에 관해 글도 많이 써본 친구다. 이 친구와 만나면 거의 하루종일 mbti 이야기를 하는 듯. ㅋㅋ 

    estj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어쩌면 각 유형의 4차 기능은 다듬어지지 않아 매우 원초적인 것이면서도 굉장히 농도가 진한 기능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인프제' 하면 보통 se스러운 모습(외향적, 진취적, 임기응변 뛰어남, 승부욕 강함 등등)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프제 스스로도 자신을 se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부지불식간에 se스러운 모습이 일상 곳곳에서 드러날 때가 있다. estj 친구와 이야기한 것도 바로 그런 부분. estj 친구는 se를 1차 기능으로 갖고 있는 유형(esfp, estp)보다 오히려 infj나 intj 같이 se를 4차 열등기능으로 갖고 있는 유형들이 '찐 se'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재미없다'는 말이 욕인 4차 se

    estj : 저번에 재미없어서 죽으려고 했던 그 일은 아직도 계속 하는 거야?

    infj : 아 그 일? 그만 뒀어. ㅋㅋㅋ 

    estj : 그때 너무 찐으로 재미없어하는 표정을 봐서 너무 웃겼어 ㅋㅋㅋ 

    infj : 어... 나 진짜 재미없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나 막 울면서 일했어 ㅋㅋㅋㅋ 내가 원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고 의미도 느끼지 못하는 일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나 싶었다니까. ㅋㅋㅋ 근데 웃긴 건, 그렇게 울면서도 엄청 열심히 하고 심지어 많이 함. ㅋㅋㅋ 

    근데 내가 너한테 말하면서 느낀 건데, 나는 '재미없다'는 말을 욕으로 쓰네. ㅋㅋ 오늘 처음 깨달았다. ㅋㅋㅋㅋ 

    (진짜다. 내가 상대에게 하는 최고의 욕은 "재미없는 사람이네"다. 더 볼 것도 없는 인간이라는 뜻임.)

    estj : 진짜 재미없는 일을 싫어하는구나.

    infj : 나도 몰랐는데 그런 것 같아. 매번 해야 하는 일이 바뀌는 것도 괜찮고 일이 어려운 것도 괜찮아. 근데 진짜... 지루한 건 못 참겠어... 맨날 똑같은 시간에 나가서 똑같은 일 반복하는 건... 진짜 힘들어...

     

    덧) 인프제인 내 입장에서 "재미"란 말초적인 자극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재미다.

    "의미 + 가치 + 배움 + 성장 = 재미"

    도식으로 설명하자면 이런 느낌이랄까. 나의 내적 지향성과 결이 맞는 일,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일(특히 fe적으로, 즉 사람이나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질 때), 나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일, 크고 작은 도전들을 통해 두려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일을 "재미있다"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성취감"이 없는 일에 극도로 약하다. 평소에는 인내심이 강한 편이지만,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잘 버티질 못한다. 더불어 내가 속한 집단이나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기여감"도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이 없을 때도 잘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내게 지루함 밖에 주지 않는 일을 열심히 했다. 그것도 그 누구보다. 그런다고 성과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승진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냐? 그래야 "재미있으니까". 열심히 안 하면 재미가 없어서 그 시간을 견디기가 너무 너무 힘들어지니까. 열심히 한다는 건 그만큼 집중하고 몰입한다는 것이고, 피가 돈다는 의미다. '열심'을 통해 피가 팽팽 돌아야 시간에 밀도가 생기고, 살아 있다는 '생명감'이 느껴진다. 스스로 생기를 느끼기 위해, 생기 없이 죽어가는 시간이라고 느끼지 않기 위해, 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며 버텼다. 

     

    2. 수싸움을 좋아하는 4차 se

    estj : 혹시 운동하는 거 좋아해?

    infj : 아니 ㅋㅋㅋ 내가 하는 건 안 좋아하고, 남이 운동하는 거 구경하는 건 좋아해. 그래서 야구 같은 거 보는 건 좋아해. 

    estj : 그렇구나 역시 ㅋㅋ 그럼 혹시 '수싸움' 하는 건 어때? 수싸움도 좋아해?

    infj : 수싸움? 수싸움이 어떤 거지?

    estj : 누굴 이기거나 뭔가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게임을 한다거나 작전을 쓴다거나 머리를 쓴다거나 하는 것들.

    infj : 음... (잠시 생각하다가) 생각해보니까 의외로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야구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거거든. 나는 '작전야구'라고 하는 걸 좋아해. 상대를 이기기 위해 상황의 변화에 맞게 다양한 작전을 쓰는 것, 그로 인해 다양한 양상이 펼쳐지는 걸 보는 걸 좋아해. 감독들 간의 머리싸움을 보는 게 재밌달까... 액션 영화 같은 것도, 빠른 액션보다는 좀 느린 액션을 좋아해.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탄창도 갈고, 엄폐물에 몸도 숨기고, 칼을 놓쳤을 때 서브 화기를 꺼내는 식으로 전개되는. 막 휙휙 지나가는 것보다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이 어떻게 머리를 쓰는지, 어떻게 수를 쓰는지 나오는 영화가 좋아. 게임할 때도 좀 비슷한 거 같아. 내가 게임을 잘하는 건 아니거든? 특히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에는 약해. 뭐 튀어나오고 그런 거에도 약하고 ㅋㅋㅋ 근데 카드게임 같이 상대가 어떤 패를 낼지 짐작하고 판단하면서 다음 패를 예상하고 대비하고 그런 과정이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거 같아. 아, 나 진짜 수싸움 좋아하네? ㅋㅋ 

    덧) 인프제들에게는 뭐든 선선하게 양보할 것 같고 어떤 집착이 없을 것 같은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는 것 같다. 물론 찐으로 그런 인프제도 있을 것. 하지만 나라는 인프제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재된 승부욕이 강한 타입이다. 내가 지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승산이 보일 때가 아니면 잘 나서질 않는다.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을 때에만 나선다고 할까. 

     

    3. 격렬한, 강렬한 것들을 좋아하는 인프제(feat. 4차 se 1)

    infj : 너랑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건데, 뭔가 4차 기능이 '취향'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 

    estj : 어 맞아. 4차가 좀 그런 경향이 있지. 성격보다는 취향과 관련이 있어 보일 때가 있더라고. 나 같은 경우는 4차가 fi(내향감정)잖아? 그래서인지 영화도 되게 fi적인 걸 좋아해. 내가 겉으로 봐서는 전혀 fi스럽게 보이질 않잖아. 되게 딱딱하고 사무적일 것 같고 시스템이나 형식미에 집착할 것 같고. 물론 뭐 시스템을 좋아하긴 하지만 ㅋㅋㅋ 나도 내가 그런 면만 있는 줄 알았거든? 근데 어느 날 내가 하는 영화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너는 또 그런 영화를 들고 왔냐"는. 여기서 "그런 영화"가 뭐냐면, 되게 히스테릭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야. 내면에 상처가 깊고 아무에게도 이해를 받지 못하고 감정이 매우 섬세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절대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아 ㅋㅋㅋ 뭔가 되게 상처 투성이고 외롭고 감정의 결이 엄청나게 섬세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그런 영화를 내가 매번 모임에 소개했더라고. 그런 영화를 보면 뭔가 이해가 갈 것 같고 내 이야기 같고... 되게 공감이 되더라고, 신기할 정도로. 인생 영화도 히스테릭한, 깊은 감정으로 인해 고통 받는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가 대부분이야. 

    infj : 오오 신기하다 ㅋㅋㅋ 진짜 te(외향사고)를 1차로 쓰는 estj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 막 나오는 거 같네. 근데 되게 매력적인 것 같아. 상반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근데 그럼 막 격렬하거나 강렬한 거 좋아하는 것도 se의 영향이 있는 걸까?

    estj :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봐. 

    infj : 나 되게 취향이 격렬하거든. ㅋㅋㅋ 음악도 막 메탈 이런 거 좋아하고. 물론 잔잔한 거, 인디 음악 그런 것도 듣기는 듣는데, 더 좋아하는 건 좀 센 음악들이야. 일할 때도 엄청 사운드 강하고 격렬한 음악 들어. 그 격렬한 음악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감정의 선들을 느끼는 게 재밌는 거 같아. 사실 비주얼 적인 것도 좀 징그러운 것들을 좋아한다? ㅋㅋ 내가 최근에 가오갤3를 봤는데, 거기에 무슨 사람의 신체로 만들어진 것 같은 행성이 나오는 거야. 막 근육이랑 살이 땅이고 피나 체액 같은 것도 표현이 돼 있고. 옆에 앉아 있는 여자분은 "으 징그러" 이러시는데, 나는 그거 보면서 속으로 '와, 대박 좋다! 너무 마음에 들어!' 이러고 있었거든 ㅋㅋㅋㅋ 난 그렇게 좀 징그러운 거, 충격적인 비주얼 가진 거 좋아해 ㅋㅋㅋ 

    estj : ㅋㅋㅋㅋ 확실히 4차 se의 영향이 맞는 것 같다. se가 si에 비하면 좀 격렬하긴 하거든. 좀 더 스케일이 크고 강도가 세고. si는 그에 비하면 훨씬 섬세하고 디테일하지. 감수성도 si랑 se랑은 좀 다를 거야. 

     

    4. 의외로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인프제(feat. 4차 se 2)

    estj : 그럼 에너지를 얻어야 할 때는 어떻게 얻어? 너한테도 외향적인 에너지가 충족되어야 할 때가 있을 거 아냐.

    infj : 그럴 때가 잘 없기는 한데 ㅋㅋㅋ 워낙 혼자서도 잘 있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니까. 근데 네 말대로 나한테도 외향적인 에너지를 받아야 할 때가 생기잖아? 그러면 이렇게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막 콘서트장이나 야구장 같이 사람 엄청 많은 데를 가는 거 같아. 뭔가 딱 촉이 올 때가 있어. 게이지라고 해야 하나? 너무 외향적인 에너지가 떨어지면 딱 신호가 와. '아, 이제 좀 나가야 한다' 하는. ㅋㅋ 나 오늘도 지하철에서 눈 감고 이어폰 꽂고 명상하면서 왔거든. 낯선 사람들이 몰려오는 게 너무 자극이 되니까. ㅋㅋ 평소에는 그렇게 어떻게든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에너지 떨어졌을 때는 막 몇 천 명, 몇 만 명의 단위의 사람이 모이는 곳까지 가. 콘서트장이나 야구장이 그렇잖아. 신기하지? 가면 또 엄청 잘 놀아. 항상 내가 있는 구역에서 내가 제일 미친X처럼 놀았던 거 같아. ㅋㅋㅋ 그렇게 외향적인 에너지를 채우고 나면 또 집에서 혼자 일하고 놀고 그래. ㅋㅋ 

    estj : 오 그렇구나 ㅋㅋ 확실히 사람들은 자기에게 익숙한 방향의 에너지를 쓰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 내향인들은 내향 에너지를 쓰길 원하고 외향인들은 외향 에너지를 쓰길 원하고. 근데 자꾸 똑같은 방향의 에너지만 쓰다 보면 한쪽의 에너지가 고갈되거든. 그럴 때는 너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2차 기능이 fe(외향감정)니까 이렇게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표현하고 그런 게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일단 사람을 만나러 밖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외향적 에너지가 좀 채워질걸? ㅎㅎ 사람들 만나서 고민 거리도 나누고 너무 한쪽으로만 혹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것들도 다시 돌아보고, 시작하기 어려워했던 것도 용기 얻어서 시작해보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 사람 자주 만나. 

     

    간만에 만난 estj 친구와 재밌는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estj와 모든 글자가 정반대인 infp 친구와 비교를 조금 해보자면... infp 친구를 만나면 나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주고 기다려준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최대한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애써주고, 내 감정과 생각 및 그 감정과 생각의 전제까지도 물어봐준다. 침묵도 오랫동안 버텨주어서, infp 친구와는 침묵이 길어져도 불편하지 않다. 내가 나를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는 느낌. 반면 estj 친구는 정말 든든한 지원군 같다. 나를 위해서 다각도로 해결방법을 생각해주고, 애정을 담아 그것을 전달해준다. '~인 것 같아' 보다는 '~이게 더 좋을 것 같아' 내지는 '그건 아니야', '잘하고 있어' 등으로 확실한 표현을 주로 해준다. 잘하고 있는 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방향이 틀린 것 같거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을 때는 빙빙 돌리지 않고 표현해준다. 그래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대로 공유하면서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혹시 내가 잘난 척한다고 느끼면 어떡하지?'라든가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해서 기빨려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같은 것을 거의 안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특히 내가 액면 그대로 한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줘서 너무 고맙다. '이중 메시지'로 오인하지 않아줘서 참 편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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