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Fe_내향감정 외향감정

Fi(내향감정)식 공감과 Fe(외향감정)식 공감 - 대입과 수용

메르구스 2023. 3. 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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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유형이 모두 공감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F를 주기능으로 쓰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함께 느끼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같다. 다른 의견이나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동조, 지지, 위로를 먼저 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느낌이랄까? 어떨 땐 상대방의 사정을 모조리 다 알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감히' 왈가왈부 하지 않은 채 그 마음을 보듬고 달래주려는 느낌도 있다. 다른 유형들보다 Fi(내향감정)와 Fe(외향감정)를 주로 사용하는 유형들이 이러한 행동 패턴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내향과 외향이라는 에너지 방향의 차이 때문일까, 내게는 Fi식 공감과 Fe식 공감이 퍽 다르게 느껴진다. 

*Fi(내향감정)식 공감 

-'감정이입'형 공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이럴 때 이랬는데 이 친구도 이랬겠구나' 하는 식으로 공감해준다. 마치 '자기 일'처럼 공감해준다는 게 포인트. 상대방의 상황에 나를 이입해서 이해하고 같이 느껴준다. 

-ex) 나도 그 때 되게 창피했어 ㅠㅠ 너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니 많이 창피했겠구나 ㅠㅠ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이해해 이해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새 자기성찰을 하고 있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류의 생각을 많이 하는 듯 보임.

-자기를 투영해서 해주는 공감이기 때문에 Fi의 공감은 '뜨겁다'. 

-하지만 의외로 자신이 경험치 내에 없는 이야기나 윤리적 차원에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에는 반응이 미미하다. 즉, 내가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무척 뜨겁게 공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에는 이들의 공감능력이 잘 발휘되지 않는 느낌. 차갑다는 느낌은 아니고...정말 공감을 '못'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간혹 가다가 있다. 

-집단 vs 개인의 갈등 구조 상황일 때, 거의 대부분 개인의 편을 들어준다. 개인의 입장, 가치관, 혼자 맞서기 어려운 상황이나 맥락 등을 놓치지 않고 보아주려고 노력한다. 개인의 가치를 수호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Fe(외향감정)식 공감 

-Fe를 주기능으로 쓰는 사람들의 말버릇 중 하나는 "그럴 수 있지" 같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대충 듣고 있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정말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는 동의할 수 없고 나는 그런 경험이 없지만 너는 나와 다른 존재이니 너는 그럴 수 있다. 나는 너의 경험치와 생각과 감정을 존중한다.' 뭐 이런 느낌에 가깝다. 

-그러니까, '나'를 배제한 공감 같은 느낌이랄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 속에 나를 대입하는 대신, 이야기하는 그 상대방이 겪었을 상황과 감정을 추체험한다. 

-Fi의 감정이 자기성찰적으로 기능한다면, Fe의 감정은 외교적인 방향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한다. 공감능력을 발휘할 때도 마찬가지. Fe를 많이 활용하는 유형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땠지?',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정말로 상대방의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 관해서도 유추를 통해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뜨겁지는 않지만, 폭이 넓은 공감이라는 느낌. 

-집단 vs 개인 구도의 갈등 상황일 시,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해주면서도 동시에 집단의 입장도 함께 해설해보려 노력하는 것 같다. 때로는 보편적 가치를 좀 더 옹호할 때도 있는 듯. 

 

 단어로 정리를 해보자면, 내게 Fi식 공감은 "자기 대입"(너만 그런 거 아냐, 나도 그래) 같고, Fe식 공감은 "수용"(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같다. 몇 가지 더 덧붙이자면, Fi 유저들에게는 "자기"라는 필터가 24시간 팽팽 돌아가고 있다. 어떤 상황이건 간에 '나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하게끔 설계돼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물들지 않고 자기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경험,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것에는 심하게 몰입할 수 없는 Fi 유저들만의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정성이 과도한 자기 몰입이 될 때, Fi 유저는 감정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게 된다. 이게 문제는 아니지만 뭐랄까, 자의식 과잉이 되기 쉬운 상태라고나 할까. 과잉된 자의식은 과도한 수치심, 내적 제약, 후회 등을 불러와서 정신 건강에 별로 좋지 않으니까...

 반면 Fe 유저들은 Fi 유저들에 비해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에 물들기 쉬운 것 같다. 위에 써놨듯 감정 에너지를 외부로 사용하는 Fe 유저들은 외교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가 지금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보다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고 있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적어도 Fe를 2차 기능으로 사용하는 인프제인 나는 그렇다. 하하.) 이들은 "자기"라는 필터를 잘 사용할 줄 모른다. 상대방의 반응, 집단의 분위기, 이런 것들에 무척 민감하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게 너에게는 현실이고 진실이겠지'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사이, 상대방의 감정이 이들에게 스며든다. 그래서 Fe 유저들에게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