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이야기들

MBTI P와 J의 차이_약속 잡을 때

메르구스 2023. 7. 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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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어느 날, infp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주도에 사는 isfj 친구가 나와 infp, enfp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infj(나) : 아 그래? 제주도에서 올라오려면 힘들겠네. 언제 만나고 싶대?

infp : 7월 24일 되냐고 물어보던데? 아니 근데 뭔 약속을 한 달 전에 잡아 ㅋㅋㅋㅋ 

infj : 그런가? ㅋㅋ 근데 그럴 수도 있지. 미리 잡아놓으면 편하니까.

infp : 아니 그래도 너무 미리 아니야? (인프피 화난 거 아님) 그때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ㅋㅋㅋ

infj :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미리 잡아두면 편하지 않나?

 

??? ㅋㅋㅋㅋ

이렇게나 서로 입장이 다르다. 

인식기능 S(감각)와 N(직관)을 외부를 향해 사용하는 P유형들은 변화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기민하게 인식한다. 때문에 이들은 '앞으로 상황이 변할 수 있다', '지금은 이렇게 대답했지만 저 사람의 마음이 나중 가면 바뀔 수 있다'는 식의 전제를 갖고 있다. P유형들은 언제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P유형들은 타인에게 계속 상황을 인식하는 사람, 상황이 변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 지속적으로 '더 좋은 것'이나 '더 나은 상황'을 찾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P유형의 "그때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의 의미 = 그때 상황이 변할 수도 있고 마음이 변할 수도 있는데 미리부터 정해버리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 (준비한 게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 다 예상할 수가 없으니까) 그때 가서 그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게 좋지 않나? 

 

 

반면 판단기능 T(사고)와 F(감정)를 외부를 향해 사용하는 J유형들은 판단과 결정을 토대로 일정을 정리하길 원한다. 그래야 차례대로 다음 판단을 내려 행동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J유형들은 타인에게 계속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 정리하는 사람, 판단을 토대로 행동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이들은 항상 '변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변화'와 '변수'는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뉘앙스를 가진 단어다. '변수'는 내가 통제해야 하는, 때로는 일을 그르치게 하는 원흉이 될 수도 있는 요소를 일컫는다. J유형들은 '변화'를 때때로 '변수'로 인식하기 때문에, 변화에 대처하고 변화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J유형의 "그때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의 의미 = 미리 일정을 정리해두지 않았는데 그때 가서 급한 일이 생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면 안 되잖아. 그러기 전에 일정을 픽스해놓으면 일의 중요도나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 조율도 가능하지 않을까?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더 좋은 때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조금 비효율적인 것 같아. 

 

P유형이라고 해서 '비효율성'에 관해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단지 P유형들은 J유형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효율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듯하다. 

 

infp : 너도 그렇게 말하네? ㅋㅋㅋ 내가 isfj한테 무슨 약속을 한 달 전에 잡냐고,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그러냐고 말했더니 isfj가 뭐랬는 줄 알아?

infj : 뭐라 그랬는데?

infp : 조용하게, '그건 네 생각이지' 그러더라. ㅋㅋㅋ 한 달 전에 약속 잡는 게 마음 편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고. 내가 봤을 땐 그게 너인 듯. ㅋㅋㅋ

infj : 뭐 나는 그렇게 미리 약속 잡는 게 전혀 불편하진 않아 ㅋㅋㅋㅋ 

 

격하지 않게,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일침 날려주시는 isfj다. ㅋㅋㅋ

 

번외) 

infj : 근데 enfp한테는 isfj가 우리 보러 올라온다는 거 말해줬어?

infp : 걔는 뭐, 당일날 만나자고 해도 나오는 앤데. 나중에 말해도 될 거 같아서 아직 이야기 안 했어. ㅋㅋㅋ

infj, infp : (뭔지 알겠다는 웃음을 동시에 터뜨림) 

 

우리 귀여운 enfp 친구는 당일에도 갑자기 만나자는 제안을 자주 한다. 사람을 만나려면 이러저러한 준비(특히 마음의 준비 ^^;)가 많이 필요한 나(인프제)지만, enfp 친구를 아끼는 만큼 당일에 만나자는 제안에 자주 응하는 편이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것 = 내면의 에너지 게이지가 충분히 차지 않아서 사람 만나면 좀 힘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아끼는 마음으로 제안에 호응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시혜적인 입장에서 enfp에게 아량을 베푼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은 게 아님...!) 내가 너 참 많이 아끼는 거다, enfp 친구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