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제주도 여행 2_제주레일바이크, 제주해양박물관, 베니스랜드, 말고기와 치킨
전날 일찍 잔 덕에 아침 8시쯤에는 가볍게 눈을 뜰 수 있었다.
숙소(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일정을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맛있었다.
설탕 맛이 1도 느껴지지 않는 당근쥬스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내 입엔 안 맞았음. ㅋㅋ)
글 쓰다 보니 조식으로 먹었던 전복죽이 다시 먹고 싶어지는군...
맛있게 아침밥을 먹고 로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이런 곰인형들이 잔뜩 있는 가게가 보이는 게 아닌가...!
생긴 것도, 색도, 촉감도 다 다른 온갖 종류의 곰인형들이 나를 반겼다(는 내 생각. ㅋㅋ)
알고보니 테디베어 전문점이었다.
실컷 구경하며 행복해하다가 지인 줄 토끼 인형 세트를 하나 구입했다.
제주도여행 2일차의 첫 일정은 레일바이크였다.
레일바이크는 춘천과 의왕에서 딱 두 번 탄 게 다인데 제법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안고 갔다.
레일바이크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었고 입장료가 생각보다 되게 저렴했다.
게다가 레일바이크장 주변에 염소, 토끼, 말, 오골계 등의 동물들이 많아서
마치 작은 동물원 같은 분위기가 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에도 좋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레일바이크는...생각보다 너무 심심했다. ㅋㅋㅋ
춘천레일바이크는 코스마다 특색 있게 꾸며놔서 재밌었는데
여기는...그냥 정말 전원일기 속 장면을 보는 느낌? ㅋㅋ
그래도 웅장한 오름과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들을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소와 말이 풀을 뜯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 다음 코스는 제주해양박물관이었다.
박물관 같은 건 애들이나 가는 거 아니냐고?
대충 '이런 곳에 와보기는 했다~'는 느낌으로 눈도장만 가볍게 찍고 나오는 곳 아니냐고?
난 여기서 2시간 넘게 있었다. ㅋㅋㅋ
새로운 걸 보고 배울 수 있는 전시회나 박물관 같은 장소를 워낙 좋아해서
제주해양박물관도 나에게는 엄청 재밌는 코스였다.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큰 개복치 박제가 관광객들을 반겼다.
상어와 뭐 한 가지만 빼고는 전부 다 진짜 박제라고, 큐레이터님이 설명해주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
개복치 중에 '물개복치'라는 게 있어서
"개복치는 물고기라 원래 물에 사는데 왜 '물개복치'라고 불러요?"라고 질문해서
큐레이터님을 당황시켰던 나. ㅋㅋㅋ;;
큐레이터님은 그냥 눈으로 훑기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퀴즈를 풀면서 보라고 하시면서 어른용 10문제가 적힌 A4지를 나눠주셨다.
들어보니 어린이 관람객용 문제와 어른 관람객용 문제가 구분되어 있더라.
뭔가 학교 다닐 때 쪽지시험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왠지 모를 승부욕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ㅋㅋㅋ
100점을 맞고 말리라는 다짐을 하며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초반에는 바다를 주제로 한 아름다운 미술 작품과 시, 음악 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나왔다.
그 코너가 지나서 본격적으로 너무나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박제들이 나를 반겼다.
사진이 좀 어두워서 잘 안 담겼지만...
게들도 진짜 하나하나 너무 창의적으로(?) 생겼더라. ㅋㅋㅋ
진짜 어쩜 저렇게 다 다르게 생겼을까.
'십각류'는 말 그대로 다리가 10개인 갑각류를 일컫는 말이다.
나는 지렁이가 연체동물인지 뭔지 맨날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했다.
지렁이는 환형동물! (생물학적 지식 1도 없는 사람;;)
불가사리는 뇌가 없다.
인간 같은 고등 동물처럼 복잡다단한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각 부위에 있는 세포들이 정형화된 행동을 알아서 판단해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굉장히 원시적으로 단순한 형태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생존에 최적화된,
리스크나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인 진화의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와 갯벌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을 지나니
메인에 각종 상어들이 전시된 구역이 나왔다.
이름만 상어이고 사실은 상어가 아닌 종도 꽤 많더라.
고래상어에게는 이가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 있다
하지만 인간처럼 뭔가를 씹어 먹기 위해 이를 쓰지는 않는다.
고래상어의 이는 위아래가 꽉 맞물려 틈을 만들지 않는 구조라고.
고래상어는 바닷물과 함께 여러 바다 생물들을 삼키고는 이를 꽉 다물어
작은 물고기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고 했다.
고래상어의 이는 일종의 감옥 역할을 하는 셈.
이름만 상어고 실제로는 상어가 아닌 애 여기 있다! ㅋㅋ
빨판상어는 빨판이 달린 쪽이 위로 가야 정방향으로 돼 있는 거다.
저 빨판은 등지느러미가 변해서 생긴 것이라고.
빨판상어는 고래상어 배 밑에서 어슬렁거리며 고래상어 지느러미로 나오는 찌꺼기 등을 먹고 산다.
보통은 고래상어 배 밑에 찰싹 붙어 있는데 떨어지고 싶을 때는
머리 위 빨판으로 물을 내뿜어 떨어져나온다고 한다.
꼬리지느러미가 엄청나게 긴 것이 특징인 흰배환도상어.
꼬리가 조선시대 환도(칼)처럼 생겨서 '환도',
배가 흰색이라서 '흰배' > 흰배+환도+상어 = 흰배환도상어
이렇게 구성된 이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저 기다란 꼬리로 물고기들을 후려친 후 잡아먹는다고 ㄷㄷㄷ
그래서 영어 이름에 thresher가 들어가는 듯(탈곡기냐며 ㅋㅋㅋ)
지금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철갑상어 모형도 볼 수 있었다.
보통 아쿠아리움 같은 데서 봤던 철갑상어는 작은 크기였는데
저렇게 큰 모형이 있어서 놀랐던 기억.
큐레이터님께 여쭤보니 실제로 저 정도까지, 아니 저 모형보다 더 크게도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2차 충격.
잡아먹지 않고 냅두면 6미터 정도까지도 자라는데, 그 정도 되면 철갑상어의 나이가 80살 정도 된다고 하셨다.
사람들의 생각보다 엄청 오래 살고, 엄청 천천히 자라는 생물이라고.
우리나라에도 원래 철갑상어가 꽤 많았는데
그놈의 철갑상어 알을 먹겠다고 무분별하게 잡아대는 통에 몇 십년 전에 한반도에서는 이미 멸종됐다고 했다.
우리가 아쿠아리움 등에서 보는 철갑상어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이라고.
여기서 잠깐!
내가 기억하려고 써 놓는 상어와 일반 물고기의 차이점 -
*상어
-아가미가 보통 5개다(7개인 녀석도 있다)
-부레가 없다
-생식기가 외부로 나와 있다(상어의 생식기는 2개)
-연골어류에 속한다
*일반 물고기
-아가미가 1개다
-부레가 있다
-생식기가 신체 내부에 있다
-경골어류에 속한다
그 밖에도 큐레이터님한테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배울 수 있었다.
1. 전복이나 고동 같은 애들은 끝부분이 흰색이면 수컷, 녹색이면 암컷이다. (암컷 생식소의 색깔이 녹색이라고) 보통은 암컷의 생식소 맛이 좀 쓰기 때문에 수컷이 좀 더 맛있다.
2. 우리가 '홍합'으로 알고 있는 애는 사실 홍합이 아니라 '담치'다. 강원도에서는 홍합을 '섭'이라고 부름. ('섭국'의 '섭'이 홍합이라고.) 진짜 홍합은 담치보다 깊은 수심에서 살고 우리가 알고 있는 홍합보다 크기가 훨씬 크다.
3. 넙치(도다리)와 가자미 구분법
-넙치 : 왼쪽에 눈이 있음
-도다리 : 오른쪽에 눈이 있음
물고기는 눈이 아가미보다 위에 있어야 정상 상태로 있는 것임.
4. 여성의 첫 생리인 '초경'을 다른 말로 '초조'라고도 하는데, 이 '초조'의 '조'는 간조, 만조 할 때의 그 '조'자다.
쓰다보니까 분량이...엄청 길어졌다. ㅋㅋㅋ
같이 간 일행과 큐레이터님의 이야기를 정말 경청해서 열심히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혹시 해양 관련 전공자거나 대학원생이냐고 물으시기도. (생물학과는 1도 관련 없는 일반인입니다. ㅋㅋ)
다음에 또 오시게 되면 입구부터 풀코스로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는 감사한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제주해양박물관에서 알찬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곧바로 베니스랜드로 향했다.
이탈리아 베니스를 본뜬 외형을 갖춘 테마파크였다.
이곳에서 곤돌라 체험과 제주오지박물관 관람을 했다.
아니 근데...곤돌라 노질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ㅋㅋㅋ
물이 다 튀어서 옷과 배가 젖을 수 있으니 노질을 얕게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배가 나가질 않았다. ㅋㅋㅋㅋ
노질보다 바람의 힘이 더 세서 마음대로 가지도 않고...
나중에는 수로 중간에 가로로 끼기까지 했다 ㅋㅋㅋㅋ
사람 많았으면 민폐 제대로 끼칠 뻔. ㅋㅋ;;
하지만 다행히도 곤돌라 이용객이 거의 없어서 비교적 차분하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ㅋㅋ
곤돌라 체험을 마치고 나서는 가볍게 제주오지박물관 구경을 했다.
설명이 부실해서 큰 재미는 없었...
직전에 다녀온 제주해양박물관하고 너무 비교되는 느낌이었다.
그냥 구색만 맞춰놓은, 별로 공을 안 들인 느낌;;
아침만 먹고 온갖 군데를 열심히 돌았더니 정말 배가 고팠다.
같이 온 일행이 저녁으로 특별한 요리를 먹고 싶다고 해서
큰 맘 먹고 말고기를 먹으러 갔다.
개인적으로 연어나 참치, 육회 외에는 날 것을 먹지 못하고
비위가 약한 편이라 좀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비리거나 냄새가 나지 않아서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
뭐랄까, 소고기 + 참치회 같은 느낌이었달까?
스페셜 정식 코스로 시키니 말고기 육회 + 각종 특수부위 구이 + 말고기찜(갈비찜 같은 스타일) + 말고기 곰탕 + 말고기 액기스 즙 + 말고기 샐러드 + 말사시미 등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말사시미와 말육회가 제일 맛있었다.
고추냉이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 느낌. 기름장에 찍어도 괜찮았다.
구이는 약간 질겼지만 말고기찜은 고기가 연하고 양념이 맛있어서 잘 먹었다.
말고기 액기스에는 한약재가 많이 들어가서 한약 못 먹는 나는 패스.
숙소로 돌아와서는 조금 졸다가 일어나서 일행과 함께 치킨을 시켜 먹었다.
양도 많고 맛도 괜찮아서 만족하면서 잘 먹었지만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시키느라 늦게 자서 잠을 많이 못 잤다. ㅋㅋ
다음날 피곤해서 죽는 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