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내향사고)와 Te(외향사고)의 차이_글쓰기 편 (feat. intp, estj)
Ti(내향사고)의 글쓰기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 논리"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내적 논리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글 쓰는 나 자신이 내 글을 납득하고 싶어한다. 내가 설득되지 않는 글, 내가 납득이 안 가는 논리 체계는 용납할 수 없다.
-정보를 정보 자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내적 논리, 세계관, 전제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근거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구축한 내적 논리 체계에 맞지 않는 예외가 나올 경우, 다각도로 고심하여 예외를 체계 속에 편입시키거나 전제 자체를 수정한다.
-인용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인용을 많이 하라고 권유를 받을 수는 있다.)
-그 대신 자기 말로 글을 쓴다는 느낌을 준다. 확실히 알고 있는 것,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체화한 것을 쓰는 느낌.
-독자가 반론하려면 얼마든지 반론의 여지가 나올 수 있는 글이다. 왜냐면 Ti 유저가 제시한 글의 전제 자체에 동의해야 그 글이 읽힐 것이기 때문에. 전제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면 Ti 유저의 글은 여러 군데에서 반론 가능한, 혹은 새로운 생각이 마구 튀어오르게 하는 글이 될 수 있다. > Ti 유저의 글 자체가 엄청난 토론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학문이라는 건 이렇게 반론 가능한 결과물을 가지고 토론을 벌일 때 발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Ti의 글이 가진 이런 면은 어떤 면에서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론의 여지를 두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예외겠지만.)
Te(외향사고)의 글쓰기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
-이미 증명된 자료, 권위를 가진 사람이 입증한 자료 등을 가져와서 인용하기를 잘한다.
-인용량 자체가 Ti보다 대체로 많다.
-정보를 자기 식으로 소화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한다. 원 정보가 갖고 있는 주제와 내용을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왜곡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느낌.)
-그래서 어떤 이론을 설명하는 글을 쓸 때, 그 이론의 대변자가 되어 설명해준다는 느낌이 듦. ('자기 식대로' 설명해주는 느낌과는 다름.)
-인용할 자료가 없는 주장은 신뢰하지 않으며 글에 싣지도 않는 편.
-'이 사람의 글'이라는 느낌은 별로 없다. 글쓴이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글을 쓰는 편은 아님. 아무래도 객관성을 중시하기 때문인 듯.
-반론의 여지가 적은 안전한 글. 그러나 다소 평평하고 밋밋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해주는데 글쓴이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느낌이랄까?
이러한 차이는 아무래도 Ti와 Te의 기능상 차이 때문에 생기는 듯하다. 둘 다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능이지만, 그 이론과 어떤 식으로 관계 맺느냐에 따라 글쓰기의 패턴이 달라지는 듯. 나의 주관적 가설이라 신빙성은 별로 없지만, 대체로 I기능들(Ni, Ti, Si, Fi)이 주관성이 강하고 E기능들(Ne, Te, Se, Fe)이 객관성이 강한 것 같다. (주관성이 강하다고 더 제멋대로고 객관성이 강하다고 더 우월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님.) I기능들은 아무래도 외부의 자극을 내면으로 흡수해 축적하고 정리하며, 그 과정에서 자기 식으로 외부 정보를 소화하는 경향성이 강한 게 아닐까 싶다. 반대로 E기능들은 주변의 반응이나 사회적 룰, 현재 내게 닥쳐오는 감각 자체에 집중하고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기능들 같이 느껴진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내면에 집중하고 내면에서 룰을 만들어내는 I기능들은 그래서 '주관성'을 더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고, 외부와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고 외부로의 표출을 중시하는 E기능들은 그래서 '객관성'을 더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느낌. ('엄밀하다'는 의미에서 '객관성'이라는 단어를 쓴 게 아님. 나의 의견을 제외한 '객관'들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객관성'이라는 단어를 써보았다.)
내 주변의 intp 친구와 estj 친구를 떠올려보면 Ti와 Te의 글쓰기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주기능 Ti인 인팁 친구는 확실히 조금 더 주관적인 글쓰기를 한다. 물론 논리적으로 굉장히 엄밀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식'의 논리를 추구한다는 느낌을 준다.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투영된 전제가 글의 내적 논리를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기존에 정의되어 있는 단어를 자기 식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일도 잘한다. 자신의 전제와 자신이 이해하고 정의한 단어들에 관해 면밀히 설명하느라 글이 길어지기도 한다. 인팁의 전제나 정의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뭔 소리야?' 하는 느낌의 글일 수도 있겠지만, 동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인팁의 글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는 것 같다.
반면 엣티제 친구의 글은 확실히 정말로 객관적이다. 마치 어떤 내용을 왜곡 없이 전달해주는 확성기나 마이크 같은 느낌. 어떤 이론에 관해 설명하는 엣티제 친구 글을 읽을 때, 그래서 신뢰가 가기도 한다. 최대한 주관성을 빼고 이론 자체를 설명해주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스스로 자신의 주관성을 좀 경계하는 느낌도 있다. 자신의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자료를 적재적소에, 많이 넣기도 한다. 글의 길이 자체는 별로 길지 않다. 핵심만 집어서 말하는 편이기도 하고, 늘어지는 글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Ti가 자신의 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은 '내적 논리(개연성, 글 자체의 구조적 정합성 등)', Te가 자신의 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은 '객관성(권위 있는 자료, 인용량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